2022년 2월 7일부터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전에 뭐라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해외 여행을 계획하기로 했다. 그런데...
코시국 해외여행의 어려움
코로나 판데믹이 한참인 아직, 해외여행은 마냥 쉬운 일은 아니었다.
코로나가 무서워서 떠나지 못한 건 아니다.
나는 무려 '코로나 완치자' 였기 때문에 항체를 가지고 있음에 딱히 의심이 없었고,
한창 유행중인 오미크론 변이의 경우 아무래도 훨씬 약해졌다는 평인지라 걱정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국내 코로나 누적 확진자 64만명 중
지난 11월 기준 재감염이 확인된 사례는 고작 20건, 의심사례까지 모두 합쳐야 100여건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하니
한번 코로나19를 앓았던 내 입장에서 코로나는 걱정할 것이 없었다.
판데믹으로 인해 비행기를 탈 때마다 PCR 검사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하지만
인천공항에서도 검사 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미국 현지에서도 검사받기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로 한국을 떠날 때 검사 한 번, 미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 검사 한 번,
한국에 도착한 다음날 검사 한 번, 한국에서 자가격리 해제 전 검사 한 번 이렇게 총 4번 검사를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해외입국자 자가격리가 없다. 그래서 여행지를 미국으로 정함. 원래 아이슬란드 가고 싶었는데 거긴 입국자 격리가 필수라 포기..)
문제는 새로 출근하게 된 직장이었다.
여행 10일 + 자가격리 10일을 하면 딱 출근을 3일 남짓 남기게 되는 상황이었는데,
저 검사들 중, 만에 하나 한 번이라도 양성이 나오게 되면 모든 스케줄이 꼬이게 된다.
예를 들어, 귀국 비행기를 타기 위해 검사를 했는데 양성이라면
미국 현지에서 음성이 나올 때까지(사람마다 다르나 대략 일주일 소요) 매일 매일 검사를 하며 기도를 하는 수밖에 없고,
한국에 와서 그나마 첫 번째 검사에서 양성이 뜨면 자가격리 스케줄 대로 자택치료를 받으면 되니 괜찮겠지만
자가격리 해제 전 9일차 검사에서 양성이 뜨면 자가격리 10일을 마치고 다시 10일간 확진자로써 격리를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입사 예정일에 출근을 할 수가 없게 되고,
직장에서 아이구 격리중이세요 봐드릴게요 하면 괜찮지만 그러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에 그렇게 쉽게 걸리냐고?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보니 별로 경각심을 가지지 않기 마련인데,
미국 현지 상황은 그렇지가 않았다.
출발을 고민하던 날 하루 확진자는 140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었고,
로스엔젤레스 인구의 20% 이상이 이미 한 번 감염되었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치명률은 낮을지언정 전파속도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었고
미국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네이버 카페에는 현지에서 코로나 양성이 나와 귀국 비행기를 취소한 한국인들이 줄이어 나오고 있었다. 정말 카페에 '확진', '양성' 등의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해당 카페에서만 하루에 몇 명씩 귀국 비행기를 못 타고 현지에서 코로나 확진 후 고생을 하고 있었다.
진짜 이 여행을 떠나도 되는지 미국 질병관리청 웹사이트를 정말 많이 들락날락거리면서
수많은 통계를 공부했고 전파사례와 재감염 여부 등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내린 결론은...
"고민중인 시점이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이었거나, 한 달 후였다면 떠났을 것 같다. 혹 일주일만 여유가 더 있었음 떠났을 것이다."
불과 한 달 전에만 해도 오미크론의 전파가 막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상황이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고,
만약 지금으로부터 한 달 후였다면 이미 사람들(숙주...)의 대부분이 한 번 이상 앓고 지나갈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지금의 전파 상황이 심각해서 많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시간적 여유가 일주일만 더 있었더라면, 내가 혹시 확진되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있기에 괜찮으리라는 결론이었다.
위에 쓴 '한 달 후' 가정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만 하루에 100만명 이상이 코로나 양성 진단을 받는데, 심지어 검사자 수 대비 확진자 수 비율이 30%가 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검사자 중 약 1~2%만이 양성인 상황인데, 전체 검사자 중 30%가 양성이라는 얘기는
방역망에 걸리지 않는 확진자 수가 어마어마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심지어 미국은 검사를 강제하거나 한국처럼 접촉자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고 있기 때문에 그 수치는 더 높을 것이다.
(게다 확진이 되더라도 격리가 강제가 아니기 때문에, 식료품 등을 사러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다수다. 이 때문에 더 빨리 퍼지고...)
여튼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매일 코로나에 걸리고 있을 것이고,
실제로 미국 이민자 모임이나 여행자 모임에서도 '미국 땅 밟는 순간 일단 코로나는 걸린다고 보셔야 해요' 류의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는 "미국 여행 기간을 길게 잡은 후, 미국 땅 밟자마자 최대한 빨리 코로나에 걸리는게 상책"이라는 의견도 보일 정도였다.
다만 백신과 약해진 오미크론 덕인지대부분은 경미한 증상으로 지나가는 만큼, 코로나 걸릴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다들 검사 시 양성이 뜨면 비행기를 못타니 일정이 꼬일 걱정만 할 뿐...
하필 왜 딱 이렇게 오미크론 변이의 피크 시점에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인지 너무 아쉬웠다.
코로나 한 번 앓았던 만큼 재감염 걱정은 덜한데, 심지어는 걸릴 각오도 했는데...
어지간해서는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을 해보는 성격이라고 자부했기에 처음엔 떠날 거라 마음을 먹고,
머릿속으로 모든 상황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 봤었다.
LA 공항에 내린 후에는, 쪽팔리더라도 무조건 방진마스크+페이스실드를 밀착 착용하고
공항 나온 후에는 무조건 렌트카만을 이용하고, 사람이 많은 곳은 절대 가지 않고,
무조건 서부 지역 로드트립만 하며 혼자 돌아다니고, 호텔이나 Inn, Lodge만 이용하고
식당 내에서 취식은 절대 하지 않고, 무조건 To Go로 테이크아웃해서 차나 야외에서 먹기
미국 내에서 마스크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으며 자주 교체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고생할 각오 하고 페이스실드와 방진마스크를 밀착 착용하며 절대 식사도 하지 않고 굶는다...
시나리오대로라면 아무리 봐도 코로나로부터 안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미국 내 한국인 확진자들의 사례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결국 미국 여행은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괜히 이시국에 여행했다가 확진되면 주변에 피해를 줄 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리고 며칠이 지난 지금, 사실 그냥 떠날걸 하고 후회가 되기도 한다. 자꾸 생각하면 머리만 아프다.
다음에 언젠가 갈 수 있겠지...